전주수목원의 설구화, 멀구슬나무, 마삭줄, 오엽딸기
유리온실을 나와 암석원 쪽으로 가봤다.
'길마가지나무'라는 생소한 나무가 시선을 붙들었다.
어린 가지와 잎에 굳센 털이 있다고 한다.
나는 책에서 이 녀석의 꽃과 열매 사진을 보면서
국립수목원에서 이름을 잘 몰라 끙끙 앓았던 나무를 떠올렸다.
그 녀석의 잎과 어린 가지에 털이 잔뜩 나서 껄껄했고
꽃 사진이 아주 흡사하기 때문이다.
'줄댕강나무'라는 이름표가 붙은 나무가 있었다.
정말로 줄댕강나무인지 내년에나 확인해야겠다.
'설구화'라는 팻말이 붙은 나무를 찾았다.
꽃차례의 끄트머리에 열매 비슷한 게 달렸지 뭔가?
열매가 달릴 수 없었을 텐데 말이다.
혹시 이 녀석을 무성화로 만들면서
완벽한 무성화가 아니라 슬쩍 양성화가 끼어들 수도 있다면
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혹시 내가 백당나무를 착각한 건 절대 아니다.
꽃이 떨어져나간 꽃차례를 봐도 둥그런 원 모양이지만
운 좋게 꽃이 아직 남아 있는 것을 찾아냈는데
그 역시도 둥그런 원 모양인 게 설구화가 맞았다.
그런데 참 실망스럽게도
설구화와 같은 학명이 기재되어 있었다.
뭘까 하고 한참을 고민해야 했다.
그런데 참 아주 간단한 데서
이 두 나무의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학명이나 이름 따위는 집어치우고
이 두 나무에는 두 가지의 커다란 차이점이 있었다.
1. 설구화는 잎맥이 13개 이상으로 많고
별당나무는 잎맥이 10개 정도로 적다.
2. 설구화는 꽃차례가 원추화서로 무성화만 달리는 데 비해
별당나무는 꽃차례가 산방화서로 무성화와 양성화가 다 달린다.
즉, 별당나무한테서 아직 남아 있는 꽃을 보니
라나스덜꿩나무(앞으로 나나스덜꿩나무라고 쓰지는 않겠다)처럼
무성화와 양성화가 다 달리는 게 설구화와의 큰 차이점이더라는 것이다.
아니다, 있었다. ㅎㅎ
대체 어떤 차이로 이 셋을 구분하여 놓았는지
지금으로선 명확하게 알 수 없다.
수목원에서는 흔히들 보리밥나무를 보리장나무로
잘못 표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주수목원도 그랬다.
그 보기 힘들다는 '솔비나무'가 제대로 자라고 있었다.
생긴 건 아까시나무 비슷하지만 가시 같은 건 없고,
꽃은 다릅나무의 꽃과 닮은 꽃을 피운다.
원예종의 '삼색참중'이라는 나무도 있었다.
'멀구슬나무'의 꽃을 발견하고는 환호성을 질렀다.
안면도수목원에서 본 녀석이긴 하지만
낯선 데서 꽃 핀 것을 보니까 무척 반가웠다.
'멀구슬나무'라고 하는 이름이 붙은 녀석이다.
'갯까치수염'이 제대로 꽃핀 것을 처음 보았다.
전주수목원에 섬국수나무라고 되어 있는 나무는
크게 갈라지는 데다가 잎이 황금색을 띠는 게
아마도 '황금중산국수' 같았다.
통탈목이니, 센달나무니, 다정큼나무니,
사스레피나무니, 후피향나무니 해서
남부지방에서나 볼 수 있는 수종들이 아주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꽃을 볼 수 없는 시기라
내게 큰 의미는 없었다.
이른 봄에 와야 좋을 듯했다.
그 중 '붉은예덕(Mallotus Spp)'은
그 어디에서도 자료를 찾아볼 수 없는 아주 희귀한 녀석이었다.
뿌리 같은 것을 보니 '천문동' 같았다.
이 화장실 뒤쪽(교재원이라고 하는 듯)만 해도
그동안 이름만 들어본 것들이 꽤 모여 있었다.
쥐똥나무에 꽃이 핀 것을 보고 가다가
그 오른쪽에서 어떤 녀석이 내 눈길을 잡아끌었다.
쥐똥나무의 꽃을 찍으면서 자꾸 그 녀석한테 신경이 쓰였다.
나는 그 녀석한테 일부러 천천히 다가갔다.
꽃 향기가 진하게 풍겨오나 안 오나를 알기 위해서였다.
멀리까지 꽃 향기가 진하게 풍겨오면 백화등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마삭줄'일 가능성이 매우 컸다.
일단 그 녀석은 꽃 향기가 거의 풍겨오지 않았다.
오, 그렇다면 꿈에도 그리던 마삭줄의 꽃!
꽃을 보기가 어려워서 거의 포기 상태였는데,
전주수목원의 이 녀석은 꽃 향기가 백화등처럼 진하지 않고
살짝만 나면서 꽃봉오리가 백화등과 전혀 달랐다.
덩굴진 옆에서 울긋불긋하게 물든
완벽한 마삭줄의 잎을 발견하고는 쾌재를 불렀다.
마삭줄은 원래가 그렇다.
봄에도 지멋대로 단풍색이 들고 그런다.
그래도 팻말이라도 하나 발견해야
확실하게 마삭줄이라고 발표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한대도
나는 전주수목원의 다른 곳에서 마삭줄의 팻말과 꽃을 또 발견했으므로
확실하게 마삭줄이라고 발표할 수 있다. ㅎㅎ
'오엽딸기'라고 되어 있는 건 '서양오엽딸기'였다.
3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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