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두려움 - 밤과 낮을 곱씹으며...
-성남 역 김영호
파리에서의 성남이 마침내 유정에게 “나, 너랑 자고 싶어”라고 말해 세번 뺨을 맞은 뒤에 “사랑해”라고 말했을 때, 유정이 “맞아도 소용없네”라고 힘없이 말했을 때, 나는 그 장면에 마음이 흔들렸다. 성남이 그렇게 말할 때 유정이 그림 표절로 이미 미술학교에서 쫓겨났는데도 학생 행세를 하고 다닌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성남의 담담한 말과 표정에는 의심할 수 없는 절실함이 새겨져 있었다. 그런 감정을 드러내고도 그는 아내가 임신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다음날 돌아온 사람이다. 아내에게 건네는 성남의 말에는 온기가 사라져 있다. 게다가 그는 막 유정도 아닌 지혜의 꿈을 꾸었고, 꿈에서 그녀를 가혹하게 쫓아보냈다. 그는 지금 이곳에 속해 있지 않다. 실은 어느 곳에도 속해 있지 않다.
- 영화 평론가 허문영
김영호의 저 인터뷰를 읽었을때
배우로서 저렇게 연기를 했었겠지만 작품에 대한 올바른 해석은 아닌거 같다고 생각했었다.
저런 남자가 하는 사랑이 진실한 사랑이라면 너무 슬프지 않겠냐고 생각했다.
허문영 샘의 글을 읽으며 어쩜 김영호의 성남에 대한 해석은 정확한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듣는 이의 맘을 흔들 정도로 절실함을 담아 진심을 말하는 남자.
그러고는 언제 그랬냐는듯 자신의 진심에 마음을 열었던 상대 뿐만이 아니라
진심을 드러냈던 자신 마저도 기만하고 배신하는 남자.
설혹,
나는 그러지 않는가?
절실하게 진심을 말하고는
그 말에 마음 흔들린 이 뿐만이 아니라
그 말을 뱉은 나 자신 마저도
기만하고 배신하고 있지는 않은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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